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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보수의 반격

연방 대법원이 낙태와 어퍼머티브 액션, 학자금 대출 탕감 등에서 잇따라 보수적인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허용했던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지난달에는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으로 시작된 소수계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대학입시 적용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1조5000억 달러가 넘는 학자금 대출 탕감에 제동을 건 것은 보수적이기는 해도 역사적 맥락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낙태와 어퍼머티브 액션 판결은 역사적이라고 불릴 만하다. 어퍼머티브 액션과 낙태 허용은 1960년대 미국을 뒤흔들었던 민권운동과 여성운동이 거둔 대표적 승리이면서 진보적 시대의 결실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6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나온 대법원의 판결에서는 시대의 조류에 생긴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놨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낙태 판결 비판도 판결의 역사적 맥락과 연관이 있다.     보수적 판결의 원인으로는 대법원의 구성 변화가 지적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대법원 구성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바뀐 것이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도 시대의 흐름을 벗어나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때론 시대의 흐름을 앞에서 이끌고 때론 흐름을 따라가기도 할 뿐이다. 어느 경우든 최근의 판결에는 대법원의 구성 변화와 함께 보수의 목소리가 커진 현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버드라이트 맥주 불매운동도 조류 변화 사례다.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기용하자 시작된 불매운동은 버드라이트를 맥주 1등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SNS는 뭐든 가속도를 붙이지만, 단일 사안으로 대처할 여유도 없이 단기간에 어떤 상품이 1등 지위를 잃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버드라이트의 주간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1.3%까지 급감한 것은 핵심 소비층의 반발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버드라이트가 광고로 소비자의 반감을 유도했을 리는 없다. 또 소비자들이 성소수자를 차별해서 불매운동에 나섰다고 할 수도 없다. 소비자는 상품뿐 아니라 상품의 이미지도 소비한다. 불매운동은 내가 선호하는 상품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관을 드러낸 행동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관보다 ‘드러냈다’는 행동이고 SNS를 타고 짧은 시간에 분출됐다는 점이다. 이걸 보수의 반발이라고 한다면 시대의 물결엔 변화가 생겼다.   디즈니의 실사영화 ‘인어공주’에 대한 호불호도 성격이 비슷하다. 흑인 인어공주가 어색했다는 반응에는 흑인 캐스팅 자체에 대한 반발보다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인어공주의 이미지 혹은 환상이 깨진 개인적인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가운데 특히 낙태권 후퇴나 종교적 이유로 동성 커플에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는 판단은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더 주목할 것은 낙태보다 덜 논쟁적이었던 어퍼머티브 액션 판결이다. 이 판결에는 소수계 차별엔 반대하지만 모든 것을 집단에 대한 차별로 볼 수 없다는 보수의 논리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 어퍼머티브 액션 판결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유사한 시각은 법원 밖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대학 입학에서 구조적 인종차별보다 개인의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는 보수의 논리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힘을 얻었다. 이 논리에 논리로서 답하지 못하면 보수적 판결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보수 반격 보수적 판결 대법원 판결 액션 판결

2023-07-16

[기고] 분열과 갈등 변곡점 된 연방대법원

지난 일을 쉽게 잊는 것이 사람인지라 요즘같이 미국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된 적이 없는 것만 같다. 최근 미국인의 85%가 국가의 향방에 대해 부정적이다.     2022년 대량 총기 살상사건이 하루 평균 1.7건 발생하는데도 110년된 뉴욕의 ‘총기은닉휴대 면허법’이 위헌이 됐다. 40년만에 폐지된 낙태권은 진보와 보수의 격돌장이 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환경보호국(EPA)은 발전소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권이 없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말 2주 사이에 쏟아진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분열과 갈등의 변곡점이 됐다. 보수 대법관이 과반수 이상인 대법원은 ‘선례 구속력의 원칙(stare decisis)’을 던지고 총기규제법, 낙태권, 환경법 등의 행정권을 연방정부에서 주 의회로 넘겼다. ‘권력 분리(Separation of Powers)’ 논리에 따라 연방 행정기관은 의회가 명확하게 준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진보적인 주는 더욱 진보적인 법을, 보수적인 주는 더욱 보수적인 법을 제정하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정치적 성향이 같은 주들은 유사한 법을 경쟁하듯이 제정했다. 개인적으로 정치나 문화적 이념에 따른 삶을 추구하려면 본인에게 합당한 주를 선택해 거주해야 가능할 수 있게 됐다.     고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의 자리에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가 앉기 전에는 중도파 대법관의 목소리가 컸다.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은 ‘헌법의 원래 의미와 뜻을 찾는 원론주의(originalism)’에 근거한다. 인공지능을 쓰는 21세기 사람들의 삶이 55명의 긴 머리 가발을 쓴 백인 남성들이 만든 1787년 헌법 문구의 해석에 따라 이리저리 요동친다.   헌법 문구는 짧고 모호해서 주관적, 이념적 해석이나 좌우 불균형적 판결도 합법이다.     또 헌법에는 여성, 교육, 건강, 환경 권리와 같은 21세기에 당연한 기본 권리와 민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법관의 평생 임기도 대법원이 정치화하는 이유가 된다.     10월에 대법원 새 회기가 시작되면 첨예한 이슈들을 심리할 것이다. 그 중 2건이 벌써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주 법정의 감시 없이 주 의회가 연방선거 투표법의 단독 권한을 갖는 것에 대한 심리와 대학 입학 시에 적용되는 ‘인종차별 철폐 조치(Affirmative Action)’의 심리다.     앨라바마 주 의회는 주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하는 흑인 주민들을 7개 중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하려고 하며,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회는 대선과 연방 선거의 독자적인 권한을 얻으려 한다. 그리고 하버드와 노스캐롤리나 대학 입학 허가 심리를 통해 1978년 이래 입학 심사에서 특히 흑인과 라티노에게 혜택을 주던 공정입학법의 존폐가 결정될 것이다.     100년 래에 가장 보수적이라는 대법원의 힘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견고히 하거나 지향하는 문화를 장착하려는 정치적 기류가 감돈다. 보수 대법관들은 이념적 잣대와 판단으로 심각한 오류라고 여겨지는 판례들을 급하게 뒤집었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갈등과 분열은 전쟁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외적 요인과 더불어 국가 흥망의 주요 원인이 됐다. 사회가 이념 갈등에 갇히고 불신과 대립에 함몰되면 국격을 잃고 국력은 쇠퇴한다.     정치적 양극화로 분열과 갈등이 심각한 때에 연방대법원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정치화는 위험하다.     연방대법원은 삼권분리 원칙에 입각한 사법기관으로 미국의 긍정적 미래에 일조하는 균형적인 판단 기준을 확립해주어야 한다. 정 레지나 / LA 독자기고 연방대법원 변곡점 보수 대법관 보수적 판결 중도파 대법관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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